하수도를 통해 도시의 감염병 전파를 추적하다
하수를 통해 도시의 감염병 전파를 추적하다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김성표 교수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시스템
도시가 제공하는 편의시설과 일자리의 기회는 사람들을 모으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19년 유엔의 세계 도시화 전망(World Urbanization Prospects)에 따르면 2018년에는 전세계 인류의 55%가 도시에 살고있으며, 2050년에는 도시 인구가 전체의 68%에 도달할 것이라 한다. 한국의 도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높아서 2018년 현재 도시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Kennedy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도시 대사(Urban Metabolism)를 정의한 이후 ‘도시환경시스템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현할 것인가’라는 전체론적 접근 방법이 중요한 미래 도시모델로 떠올랐다. 이는 도시를 거대한 유기체로 이해하고 물(W), 에너지(E), 자원(M)을 도시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의 대사 순환’을 위한 시스템 구현이 핵심이다. [그림1]
생명체가 가용 자원을 이용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자신의 생명유지시스템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대사 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시 내 물적(에너지,식량,주거,환경오염 문제), 인적 자원의 효율적 생성 및 분배에 관련된 인프라와 시스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게 바로 스마트 도시 관리와 맥을 같이 한다. [그림2]
건강상태 분석의 시도, 하수기반 역학
국내에서도 정책적으로 스마트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스마트도시법에 의하면 스마트도시란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스마트도시는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도시 내의 자산(Asset) 관리(교통 체계, 환경정보 등)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을 꾀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스마트도시 추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의 하나는 국내 스마트도시는 하드웨어적 인프라 설게에 치중한 나머지, 도시 내 사람의 삶의 질에 대한 평가기법 관련 융합 기술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적 자원의 분배(ICT)나 교통 흐름 분배 기술(모빌리티)에 관한 스마트 융합기술은 발전되어 왔으나 도시 내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질에 대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융합 기술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도시 내 지역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선순환시키려는 여러 시도 중 외국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사용한 물(하수)에서 여러 생물학적 및 화학적 데이터를 수집·종합 분석하여, 지역인들의 삶의 질과 건강상태를 분석하려는 여러 시도가 제안되고 있는데, 이를 ‘하수기반 역학(Wastewater-Based Epidemiology, WBE)’이라 하고 있다. [그림3]
실제적으로 사용한 해외의 사례를 들어보면 지역주민이 사용한 물에서 불법 약물을 추적하여 범죄 취약에 대한 간접 데이터로 보안하기도 하고 또는 인간이 사용한 알코올, 담배등 약물을 측정함으로써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하고도 있다. 그러나, 이 하수기반 역학이 스마트도시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다 널리 소개된 것은 아마도,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를 추적하는 기법으로 사용하고 나서일 것이다. 2020년 12월 15일 기준 전 세계 감염자는 7천 3백만 명, 사망자는 162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와 하수기반 역학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이전에 있었던 바이러스보다 더 잠재적으로 무서운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조용한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대 14일(평균 4~7일)의 잠복기를 거친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열,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있다. 지금까지의 바이러스 질병은 유증상자만이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였으나 코로나19의 경우는 무증상자도 바이러스가 체외로 배출되고 타인에게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학조사 속도보다 지역 확산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은 이제 3차 감염(Wave)으로 고전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내에서 무증상 감염을 동반하는 코로나19를 어떻게 스마트하게 추적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하수기반 역학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는 대변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기관지에서 채취된 검체보다더 높은 농도로 오랫동안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수에서 코로나19를 검출할 수 있고 일인당 배출하는 바이러스를 알면 그 지역의 감염자를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팀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5월 대구 지역의 한 하수처리장 유입수와 슬러지 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실제로 네덜란드 및 호주에서는 6개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에서 코로나19의 유전적 흔적(Genetic Signal)이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함께 증가하는 것을 작년에 보고한 적이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사생활 침해 없이 하수처리 지역 내 감염자의 증가 및 감소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하수기반 역학(WBE)의 방법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샘플링 기법과 하수에서의 유전자 흔적에 대한 QA/QC 방법에 관하여 대규모 연구를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지역민 삶의 데이터 집합체, 하수
국내 도시지역의 평균 하수처리율은 96%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가 정책적으로 세종시 및 부산시를 스마트 국가시범 도시로 선정하여 현재 건설 중이다. 이번 기회에 코로나19를 포함한 전염병 또는 시민들의 건강상태 및 생활상을 반영할 수 있는 약물(당뇨약,혈압약 등)이나 바이오마커들을 하수에서 지속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지역 주민 내의 건강성의 개선 또는 악화를 판단할 수 있는 선제적 스크리닝 기법으로 사용한다면 한국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도시’를 이루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수를 바라보는 관점이 ‘처리의 대상’에서 ‘에너지 또는 자원의 대상’을 지나 ‘지역 삶 데이터의 집합체’로 인식하고 이를 스마트도시 관리의 중요한 매개체로 발전시킬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수의 또 다른 정체성을 발굴하여 이를 국민의 보건과 건강에 일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글김성표(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출처한국상하수도협회 발행지<맑은 물 세상 2021.01 Vol.77 신년호>
출처 한국상하수도협회 발행지<맑은 물 세상 2021.01 Vol.77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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