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하수도
한국의 상하수도 개발 역사와 경제 발전
글 | 박임수 K-water 융합연구원
물은 인류의 역사와 산업의 성장 및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세계 주요 고대문명들은 나일, 인더스, 황하,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물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꽃피웟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서구 주요 국가들의 뉴욕,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들 역시 강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한국이 오늘날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것은 물과 경제 발전과의 관계를 비추어 보면 매우 당연한 표현이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뚝도정수장
상하수도 개발의 역사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는 1908년 뚝도정수장을 완공하여 하루 12,500톤의 물을 서울 용산 일대에 공급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주로 우물 또는 강물을 이용하여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1910년 경 인천, 목포, 평양, 부산 등 대도시에 상수도 시설이 설치되었고, 1945년에는 전국 83개 도시의 200만 명의 인구가 상수도를 통해 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꾸준히 보급률을 높여오던 상수도 시설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전쟁 후 상수도 보급은 정체되었다.
현대적 정수시설(성남정수장)
1960년대에 접어들어 경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수자원 이용 및 수도 보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외국의 원조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설투자를 추진하였다. 또한 1961년 수도법을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를 수도사업의 주체로 지정하였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따른 산업화와 도시화는 물 수요에 대한 폭발적인 증가를 야기하였고, 이를 뒷발침하기 위하여 한국수자원공사를 주체로 한 광역상수도의 공급을 확대하였다. 1980년대 후반까지 상수도 공급 확대 중심의 수도정책은 1960년 17%에 불과하던 수도 보급률을 1990년 79% 수준까지 향상시키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그동안 공급 확대 위주로 진행되어 왔던 수도정책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였다. 1994년 환경부의 승격과 동시에 국토부에서 관리하던 지방상수도 및 수질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었다. 이에 따라 수도정책도 수질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되었다. 이 시기 수돗물 수질 향상을 위한 고도정수처리시설 및 막여과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및 개발 사업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공급 중심 물 관리정책은 한계에 봉착하였고, 그 대안으로 물 수요관리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었다. 2000년에 발표된 물절약종합대책은 절수기 보급, 요금 현실화, 유수율 재고, 재이용 활성화 등 물 수요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및 막여과방식
지속적인 급수 보급의 확대와 수요 관리에도 불구하고 도시 지역과 군 지역의 급수 격차 및 지자체 운영 능력 차이는 점점 더 심화되었다. 이에 2007년 제2차 전국수도종합계획에서는 수도사업 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였다. 실제로 구조 개편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통합화 및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한 수도사업 구조조정 및 운영 효율화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성장을 거듭하는 세계 물시장에서 국내 물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산업 육성 또한 수도정책의 주요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2016년 수립된 2025년 전국수도종합계획에도 이어져 공급 안전성 확도(공급관리), 안심하고 마시는 수돗물(수질관리), 건전한 수도사업(운영 효율화), 미래발전을 위한 상수도(물산업 육성) 등을 4대 중점 목표로 설정하여 현재의 수도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청계천 하수처리장 건설 및 준공
우리나라는 최근 30~40년간 집중적인 상수도 투자 확대를 통해 2015년 급수 보급률 98.8%에 도달하였다. 이는 OECD 2014년 기준 호주 99,7%, 독일 99.3%, 일본 97.5%와 유사한 수준이다. 과거 급수 확대와 안정적 공급에만 초점을 두었던 수도정책도 이제는 물산업 육성, 운영 효율화, 물수요 관리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기존 수자원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운영 효율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유수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수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설정되었다. 과거 공급 확대의 대표 지표로 급수 보급률이 활용되었다면, 현재는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대표하는 지표로 유수율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흐름의 변화에 따라 유수율 85%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여 지방상수도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추구하는 지방상수도현대화사업이 2017년부터 시행중이다.
시기 | 주요 사건 및 정책 | 정책 방행 |
---|---|---|
1900 ~ 1980년대 |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뚝섬정수시설 완공 | 공급확대 |
1945년 83개 도시 약 200만명에게 일 267,200톤 수도공급 | ||
1960년 상수도 보급률 17%에 불과, 1961년 수도법 제정 | ||
1979년 수도권 광역상수도 완공을 통해 급수 보급율 향상 | ||
1990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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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관리 |
2000년대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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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 운영 효율화, 물산업 육성 |
한편 1950~60년대 경제 개발이 우선시 되던 시기에 하수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어왔다. 비록 1966년 하수도법이 제정되었지만 1976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하수처리 시설인 청계천 하수 처리장이 준공되었다. 1980년에도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8.3%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경제개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환경오염과 수질 악화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함에 따라 하수도 부문에 대한 정부 투자가 증가하였다. 특히 1990년 발생한 수질오염사고는 하수처리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하수도 보급률 확대와 더불어 고도처리시설을 도입하여 주민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하수처리시설 건설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하수도 보급률은 2000년 73%, 2010년에는 90.1%에 도달하였다.
부산 및 하남 하수처리시설
상하수도와 한국의 경제발전
한국 전쟁 직후인 1953년 우리나라의 인구는 2,154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한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다. 전쟁으로 인해 상하수도 시설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국민들의 삶은 매우 열악하였다. 1960년부터 1980년까지 이어진 본격적인 경제 개발은 인구 증가, 산업화, 도시화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한 공업용수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용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를 위해 상수도 시설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안정적인 공급 확대를 통해 1990년에 이르러서 상수도 보급률은 78.5%까지 도달하였다. 이시기 1인당 국민소득은 1953년 대비 100배가 증가한 6,505달러, 도시 인구비율은 81.9%까지 도달하였으며, 인구 역시 2배 이상 증가한 4,286만 명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경제 개발의 이면에 숨어있던 환경오염과 수질 악화 문제가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이제 상수도 보급률 향상 및 공급 확대에서 벗어나 경제 규모에 걸맞게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상하수도 발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1990년 37.8%에 불과할 정도로 간과되어 왔던 하수도 보급 확대에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되었으며, 높은 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및 막여과방식의 도입이 확대되었다. 2015년 우리나라는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국민소득, 98.8%의 상수도 보급률, 92.5%의 하수도 보급률 등 경제와 상하수도 부문이 모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다. 이제 국민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개발에 따른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혁신 등 사회, 경제, 환경을 둘러싼 제반 요인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2018년 정부는 물관리일원화를 통해 상하수도를 포함한 물관리 전반을 환경부가 관리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개발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공급 확대 측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상하수도 개발이 안정적 용수 공급을 통해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상하수도 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변화, 기술진보, 환경의 중요성, 삶의 질 향상 등 경제 성장 외에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고 가치를 창출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상하수도 발전 경험, 기술 그리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세계 여러 나라들과 공유하기를 기대한다.
연도 | 명목 GDP | 1인당 국민소득 (달러) |
도시 인구비율 | 상수도 보급율 | 하수도 보급율 |
---|---|---|---|---|---|
1953 | 470억 원 | 67 | 16.1% | ||
1960 | 2,490억 원 | 80 | 39.1% | 16.9% | |
1970 | 2.8조 원 | 257 | 50.1% | 33.2% | |
1980 | 39.4조 원 | 1,686 | 68.7% | 54.6% | 8.3% |
1990 | 197조 원 | 6,505 | 81.9% | 78.5% | 37.8% |
2000 | 635조 원 | 11,865 | 88.3% | 87.1% | 73.2% |
2010 | 1,265조 원 | 22,170 | 90.9% | 95.3% | 90.1% |
2015 | 1,558조 원 | 27,339 | 91.7% | 98.8% | 92.5% |
글박임수 K-water 융합연구원
사진출처< 한국수도백년사 > 2008.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수자원공사
링크 http://www.kwwa.or.kr/books/newsletter06.php
출처 한국상하수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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